“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위와 같은 주문을 선고했다.
헌재 재판관들은 이 사건이 재판소에 접수된 지난 해 12월 9일 이후 90여 일 동안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재판관 평의를 진행했음을 밝혔다.
이것으로 이들이 이 엄중한 사건 앞에서 공정하고 신속한 해결을 도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번민과 고뇌의 순간순간을 심중한 자세로 임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헌재는 피청구인 측에서 제기한 국회의 탄핵소추가결 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위법이 없으며 다른 적법요건에 어떠한 흠결도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헌재는 이번 심판에서 피청구인이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해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세월호 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에 관해서는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없으나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마지막으로 피청구인의 최서원(순실)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에 관해,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배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이 같은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결론지었다.
헌재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 파면’이 선고됨으로써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임이 다시 한 번 만천하에 드러났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은 결국 대통령 파면이라는 전대미문의 정치적 대변혁을 초래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는 일부 올곧은 언론과 진실과 정의에 목마른 촛불민심 그리고 청와대의 위세에 눌려 숨죽여왔던 입법부와 사법부의 용기가 나름대로 큰 역할을 해냈다.  
이번 일로써 한국 민주주의는 한 단계 성숙할 것으로 보이지만 세상만사가 그렇듯 낙관만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서울 광화문광장의 수백만 촛불은 단순히 박근혜 퇴진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지금 시대에 걸맞지 않은 정치체계가 근본적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든 개헌과 선거법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우려되는 부분은 과거의 예를 볼 때 우리사회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기회가 올 때마다 예상치 못한 역풍이 불어 좌절을 겪어야 했다는 점이다.
아무튼 이번 헌법재판소의 선고로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국민과 정치권이 힘을 합해 화합과 치유를 통해 새로운 삶의 문화를 이뤄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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