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로부터 대통령 파면 선고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침내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으로 처소를 옮겼다.

그동안의 경위야 어찌됐던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법에서 보장하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서 물러나는 이 광경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착잡하다.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부친의 후광과 보수층의 열렬한 지지는 물론 ‘원칙과 신뢰’라는 그럴듯한 명제를 앞세워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당선 이후 국민들이 그녀에게서 보게 된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한 아집과 불통이었다.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이야 의심할 수 없겠지만 그 방법론에서 일반 여론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음이 도처에서 불거진 것이다.
우선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국민들의 눈높이와 상당한 차이가 있는 인물들이 정부 주요 요직 후보에 계속 오르내렸고 나아가 인물 선택에서 전문성과 능력이 아닌 본인과의 친소관계나 충성도 등을 우선시 한 것 아닌가 하는 말이 많았다.
이에 따라 능력과 경륜을 갖춘 인사들이 멀어지는 대신 듣기 좋은 말만하는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쌀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은 ‘최순실 게이트’까지 이른 것이 아닌가 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국가를 설계할 때 행정부의 권력집중을 가장 우려했다.
그에 따라 3권 분립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해놓았지만 그렇게까지 해도 ‘워터게이트’ 사건이 일어난 것을 보면 비대해진 권력 속성의 무서움을 세삼 느끼게 된다.
아무튼 지난 가을부터 5개월 여 이어진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는 결국 현직 대통령의 탄핵 파면으로 결말지어졌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jtbc 등 언론에 의한 여론 조성과 국회의원들의 용기 그리고 사법부의 전에 없는 정의감이 큰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과 정의에 목마른 열화 같은 촛불민심의 거대한 파도가 한국 민주정치 여정에 큰 금자탑을 이뤄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로 기득권 보수세력의 상징적 인물이 국민의 광범위한 지탄 속에 물러감에 따라 향후 이들이 다시 일어서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제 전직대통령의 퇴장으로 한 시대를 마감한 우리사회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세계로 들어서게 됐다.
법에 의해 대통령 파면 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약 2개월 동안 정치권의 대 요동이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또 개헌을 놓고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제각각이며, 현재의 국회 구성상 어느 당이 집권해도 연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선고문에서 ‘통합과 치유’를 강조했다.
이 명제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우선시해야 될 사항임이 틀림없다.
그것은 촛불과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이 땅의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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