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찾아온 6월 10일, 30년 전 오늘이 국민의 힘으로 역류를 거듭하던 역사의 물꼬를 정방향으로 돌려놓은 민주항쟁의 불꽃이 온 나라를 뒤덮던 날이다.

당시 상황은 유신과 5공으로 이어지는 엄혹한 군부독재가 26년간 지속되고 있었고 4.13호헌 조치로 군사정권이 더 연장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국민은 분연히 떨쳐 일어났고 정의와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의 염원에 불타는 시민들의 평화대행진과 함성은 노도와 같이 전국을 휩쓸었다.
지난날 국민을 한없이 슬프게 만들었던 자유당 독재 권력을 4.19혁명으로 물리친 경험이 있는 한국 시민사회에서 그동안 참고 참아왔던 잠재된 힘이 또 한 번 활화산이 되어 일시에 분출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해 6월을 뜨겁게 달군 시민들의 간절한 소망은 결국 그토록 강고하게 버티던 군부세력을 굴복시키고 마침내 6.29 항서를 받아냈다.
6.29는 이 땅에서 총,칼로는 더 이상 정권을 찬탈할 수 없을 만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뜻하고 이때의 국민 승리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소위 ‘87년 체제’를 등장시켰다.
실로 그 때까지 이 땅에서 “조국 근대화”라는 구호아래 또 “안보”라는 명분으로 시민들은 오랜 세월동안 눈을 감아야 했고 못들은 척 해야 했으며 입을 봉하고 살아가야만 했다.
그 후 6.29로 정치무대에서 퇴장할 것으로 보였던 군 출신 정치인들이 다시 제6공화국에 재등장하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잠시 연출되기도 했지만 이미 민주화를 향한 엄청난 물줄기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어 31년간의 군사정권을 마감 짓고 국민이 그토록 원했던 “문민정부”가 출범했으며 대통령에 당선된 YS(김영삼 대통령)는 정치군인들의 사조직을 일거에 해체시키는 과단성을 보여줘 국민의 갈채를 받았다.
그 다음에 들어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지나는 동안 한국사회의 자유민주주의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주변국들은 물론 전 세계적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위치로 우뚝 서게 됐고 국민은 이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때 이른 포만감에 잠긴 것도 잠시 지난 10년 가까이 국민들은 전혀 예기치 못한 역사의 역류를 또 한 번 경험해야만 했다.
“부자되세요”와 “경제민주화”라는 사탕발림과 국민기만극에 취한 국민들 앞에 등장한 것은 40년 전 ‘유신’의 망령들이었다.
이 기간 온갖 시대착오적인 구태가 재현됐지만 때마침 일어난 노도와 같은 국민적 촛불열망은 이 모든 썩은 것들을 밀어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맞는 오늘 이번에 새롭게 출발하는 제3기 민주정부가 다짐해야 할 일은 아직도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너무나 순수하고 나이브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떻게 기득권세력의 끝없는 돌팔매에 비틀거렸는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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