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아파트에 거주하는 국민은 전체의 48.6%이다.

연립주택(2.2%)과 다세대주택(9.2%)를 포함하면 10명 중 6명이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는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화재 피해에 대비한 설비들도 반드시 준비되어 있다.
공동주택의 장단점은 여러 세대가 모여 산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장점으로 손꼽히는 보안과 편의시설은 많은 사람이 관리비를 부담하기 때문에 가능하고 대표적인 단점인 층간소음이나 주차 문제도 많은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특히 아파트에 치명적인 사고는 바로 화재다.
아래에서 위로 타는 불의 성질과 높이에서 기인하는 구조의 어려움 때문에 화재에 더 취약하다.
2010년 발생한 부산 마린시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사고는 아파트 화재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4층에서 시작된 불길이 38층까지 타고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
불행 중 다행히 이 사고는 5명의 부상으로 끝났다.
하지만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사고(사망자 72명, 실종자 1명, 부상 74명)가 먼 나라의 일이라고만 단정할 순 없다.
아파트, 특히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이라면 가족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아파트에 구비된 각종 화재 대비책을 숙지해야 한다.
공동주택에서 화재에 대피하는 기본 방침은 연기와 불길을 피해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화재의 위치에 따라서는 현관을 이용할 수 없어 집안에 고립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이용할 수 있는 대피로는 발코니를 통해 옆집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1992년 7월 주택법 관련 규정 개정에 따라 아파트의 경우 3층 이상 층의 베란다에 세대간 경계 벽을 파괴하기 쉬운 경량구조로 설치토록 규정했다.
또한 2005년 이후에는 세대마다 경량칸막이 또는 대피공간을 둘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됐다.
경량칸막이는 화재나 비상 상황일 경우 피난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세대 간 발코니에 9mm의 얇은 석고보드 등으로 제작된 벽을 말한다.
벽을 두드려보면 통통 소리가 나며 작은 충격으로도 쉽게 파괴가 되기 때문에 여성이나 어린이도 평소 위치만 숙지한다면 사용이 가능한 피난시설이다.
경량칸막이를 이용해 귀중한 생명을 구조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29일 군산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진압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베란다로 소량의 연기가 발생하고 타는 냄새가 나는 상황에서 내부에는 사람이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하거나 옥상으로 진입할 경우 시간이 소요 돼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구조대는 옆 세대 베란다로 진입해 경량칸막이 피난시설을 파괴하여 진입하여 치매를 앓고 있는 84세 여성을 구조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부족한 수납공간을 해결하기 위해 경량칸막이위치에 붙박이장, 수납장을 설치한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긴급한 상황에서 내 생명을 지키기 위해 비상 대피공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상탈출구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긴급하게 구조하는데에도 이용될 수 있는 경량칸막이 앞에는 평소 필요 없는 물건을 쌓아두지 않도록 하고 우리집 비상탈출구는 어디인지 미리 숙지하여 우리 집 화재 발생 시 긴급대피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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