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2023년 3월호에 김관영 전북지사와 김홍국 하림 회장의 대담기사가 실렸다.
김관영 지사 대담의 요지는 기업에 감세와 규제완화로 인센티브를 주고 전라북도를 ‘노 스트라이크 존’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전형적인 친기업, 반노동 정책이다.
기업 감세가 투자를 늘린다는 김관영 지사의 주장은 보수적 경제학설을 신봉하는 윤석열 정부와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여러 경험적 연구는 법인세 인하가 투자와 성장을 늘린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기획재정부 조차 세율 인하의 근거로 감세 혜택의 82%가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돌아갔다는 엉뚱한 실증 연구를 소개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신봉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이윤은 투자와 고용 대신 주주 배당으로 이어져 '고용 없는 성장'을 낳았을 뿐이다.
감세 정책은 국제적 흐름과도 거리가 멀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법인세 최저한세를 높이는 등 증세 정책에 나섰고 영국의 집권여당인 보수당은 감세 정책을 꺼냈다가 국채 금리와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하는 사태에 직면해 감세안을 철회하고 횡재세율을 높이는 등 정책의 방향을 반대로 돌렸다.
김관영 지사와 윤석열 대통령이 신봉하는 자유시장은 기업의 이익에 복무하는 이데올로기일 뿐 현실을 설명하지도,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는 미신에 가깝다. 게다가 지방 정부의 감세와 규제완화 경쟁은 지방 정부 간의 ‘바닥을 향한 경쟁’을 초래할 뿐이다.
김관영 지사는 “노동자가 불이익을 입지 않는 각종 안전장치”를 만들어 파업 청정지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노사 상생협약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김관영 지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환경 규제도 문을 열어 놓고 불시 점검 대신 예고 후 점검을 하겠다고 한다.
사실상 짜고 치는 점검을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김관영 지사가 보여주는 노사관계의 비전은 “노사 협력”, “무쟁의”, “산업 평화”라는 70년대 개발독재 시기의 낡은 공식에 머무른다. 민주노총전북본부는 퇴행적인 비전의 노사 상생협약에 동참한 바 없으며 참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김관영 지사에게 묻는다.
김관영 지사는 전북도청 바로 앞 대한방직 부지에서 벌어진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는가?
파견·용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교섭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었는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감사 대상으로 회부된 군산의 우체국 집배 노동자들에게는 어떤 안전장치를 마련해 줄 것인가?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일상처럼 반복되는 임금체불을 그저 참고 견뎌야 하는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 있고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한 도내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가?
이 모든 노동자들이 김관영 지사의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노사 협력”하며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가?
노동3권은 개별 노동자와 기업 사이에는 근원적인 권력의 불균형이 존재하므로 이를 보완하는 목적으로 고안된 권리이다.
“노동자가 불이익을 입지 않는 각종 안전장치”는 바로 노동자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교섭하며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헌법적 기본권인 노동3권에 있다.
김관영 지사는 '노 스트라이크 존'이라는 반헌법적 발상을 당장 버려야 한다.
김관영 지사가 해야 할 일은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정책 수립이다.
김관영 지사는 자신의 인식과 태도가 도내 노사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임을 유념하라.
김관영 지사의 반노동 친기업적 태도는 기업들에게 더욱 눈치 보지 않고 노동자들을 소모품으로 대하고 노조는 탄압해도 된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대한방직 부지 불법 철거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대표적인 사례다.
김관영 지사를 비롯한 자치단체장들이 대거 참석한 착공식은 법과 안전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해도 된다는 신호로 작동했고 결국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다.
김관영 지사가 진정 “노동자가 불이익을 입지 않는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한다면 이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서부터 얘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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