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사이 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상당한 규모의 재해 은폐가 의심되지만 노동당국의 감독은 부실하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2년 3년간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의 사고 재해자 수는 매년 8명 씩이었다.
그리고 2020년과 2022년에 8명 중 1명이 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작년 1년 동안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에서 사고로 재해를 입은 노동자 수는 107,214명이고 이 중 874명이 목숨을 잃었다.
재해자와 재해사망자 사이의 비율은 0.81%다.
그러나 세아베스틸은 그 비율이 12.5%에 이른다.
게다가 2022년에는 사업장에서 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그 중 1명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세아베스틸 재해자로 집계되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면 동 비율은 25%로 치솟는다.
전국 평균에 비해서는 15~30배 높다.
우리나라의 재해 통계는 전체 산재 발생률은 OECD 평균에 비해 적지만 산재 사망은 1위인 기이한 형태가 특징이다.
기이한 재해 통계의 이유는 만연한 재해은폐에 있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중대재해 1건이 발생하려면 경상이 29건, 그것을 예고하는 위험한 사건이 300건 발생해야 한다.
재해자와 재해사망자 사이의 비율이 독일은 0.07%, 호주는 0.2%, 멕시코 0.28%로 우리나라에 비해 크게 낮다.
그 비율이 12.5%~25%에 이르는 세아베스틸의 재해 통계가 비정상적인 것임은 불문가지다.
세아베스틸은 이미 수 년 간 산재 미보고 사업장으로 공표된 전력도 있다.
이은주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2022년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감독은 5회에 그쳤다.
2021년에는 아예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2022년에는 중대재해가 2건 발생했지만 감독은 1회에 불과했다.
통계는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의 재해 은폐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지만 노동 당국은 이를 적발하지 않았다.
할 수 없던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이다.
당국의 의지 부족은 재해조사 보고서를 감추는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은주 의원이 2022년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중대재해의 조사보고서를 요구한 데 대해 수사 사항이므로 제출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동문서답이다.
안전보건공단 업무처리지침에서 재해보고서는 재해원인을 조사하고 재발방지대책을 검토하는 내용을 담도록 되어 있다.
요약하면 중대재해의 원인과 내용을 파악해 차후의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조사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조사보고서는 수사와 관계없는 자료이며 보고서가 공개되어야 타사업장의 노동자와 경영자도 재해예방대책을 수립할 수 있어 그 작성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
작년 전북지역의 재해사망자 18명 중 6명이, 올해는 재해사망자 8명 중 3명이 군산지역 노동자였다.
고용노동부광주청은 군산에 재해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적색경보의 대상은 재해 은폐는 방조하고 감독은 부실했으며 재해 관련자료 공개조차 거부하는 고용노동부 자신이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
노동자 전수 조사로 세아베스틸의 재해 은폐를 낱낱이 조사하라.
중대재해 보고서를 즉각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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