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초 춘향영정의 역사
□ 춘향제의 탄생과 최초 춘향영정의 의미
일제강점기였던 1924년 봄, 명창 기생 최봉선은 이현순, 이근상과 상의해 민족을 위한 일편단심의 마음을 담아 춘향사당 건립을 발의했다.
남원 예기들은 만고 열녀춘향사당 건립 자금을 모으기 위해 궐기하여 지방순회 공연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1931년에는 비로소 광한루 누각 바로 옆(천거동)에 춘향사당을 건립하고 춘향영정을 봉안했으며 6월 20일(음력 5월 5일)에는 제1회 춘향제향을 지낼 수 있었다.
최초 춘향사당에는 민족의 혼인 태극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최초 춘향영정에서 춘향의 웃저고리는 빨강 계통의 분홍색으로, 치마는 파랑 계통의 남색으로 표현하였는데 이는 태극 문양의 상징으로서 민족을 향한 일편단심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기생 신분으로 태어난 춘향이 신고를 이겨내고 30대 어사 부인이 된 모습을 그림으로써 신분 타파의 평등 사상을 담았다.
춘향제향은 여성들이 제관이 되어 맞절을 함으로써 차별이 철페된 평등 세상에 대한 기원을 표현했다.
삼현육각의 가락 아래 초헌(평양), 아헌(남원), 종헌(진주)을 올림으로써 민족의 광복과 평등한 세상을 염원하며 신명나는 제향을 했다. 최초 춘향영정의 남색 치마에 수없이 새겨진 기쁠 쌍희(囍)자는 그런 신명을 상징한다고 할 것이다.
제1회 춘향제는 최초 춘향사당과 최초 춘향영정과 최초 춘향제향이 하나의 정신으로 통일된 민족적 축제였던 것이다.
□ 춘향제의 변질
1938년 일본인 조선총독부 재경국장 출신 식산은행장 하야시 시게조는 친일화가 김은호에게 일본 가부키 춘향전을 바탕으로 한 내선일체의 가부키 춘향 그림 제작을 지시한다.
그 소식을 들은 친일파 호남은행장 현준호는 자진해서 그림값 절반을 부담했다. 
1939년 제9회 춘향제에 이르자 하야시 시게조와 현준호는 최초 춘향사당과 최초 춘향영정이 초라하고 지저분하다며 최초 춘향사당을 일본 신사 스타일로 개조해 버렸다.
하야시 시게조는 가부키 춘향 그림으로 일본 신사 스타일의 입혼식을 성대하게 거행하면서 민족문화를 말살하는 가부키 춘향제를 자행했다.
그는 그 행사가 남원에게 번영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939년 제9회 춘향제는 가부키 춘향사당과 가부키 춘향그림과 가부키 춘향제향이 하나가 되어 우리 민족문화를 말살하는 가부키 춘향제였다.
1931년에 시작된 춘향제는 1938년 제8회까지 일제의 탄압 속에 진행됐다.
그러나 1939년 제9회 가부키 춘향제는 일제의 비호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 해방 이후 최초 춘향영정의 수난
1945년 해방 이후 춘향영정은 최초 영정과 가부키 춘향 그림, 두 개의 계파로 나누어진다.
1950년 한국전쟁 중에 가부키 춘향 그림은 누군가에게 훼손당해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최초 춘향영정으로 춘향제향과 춘향제를 지내고 가부키 춘향사당을 최초 춘향사당으로 복원한다.
하지만 1960년에 김은호는 전쟁 중에 훼손당해 사라져 버린 자신의 가부키 춘향 그림과 똑같은 그림을 다시 그린다.
1961년 말에 다시 그려진 가부키 춘향 그림은 내각수반 송요찬에 의해서 최초 춘향사당에 다시 봉안된다.
안타깝게도 1962년에 최초 춘향영정은 송요찬 내각수반에 의해서 최초 춘향사당에서 쫓겨난다.
1969년 말에 최봉선 선생은 자신이 발의하고 손수 건립한 최초 춘향사당을 뒤로 하고 남원에서 쫓겨나듯 떠난다.
남원을 떠난 최봉선 선생은 1974년 남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신고돼 있다.
게다가 광한루를 확장한다는 명분으로 1973년에는 천거동의 최초 춘향사당을 철거해 버린다.
같은 해, 김은호가 다시 그린 가부키 춘향그림을 위해 현재의 사당인 가부키 춘향사당이 쌍교동에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건립된다.
이 사당의 현판 정면에는 자라와 토끼와 일장기 문양이 그려져 있다. 일장기는 1931년에는 원래 태극문양이었다.
하야시 시게조와 현준호가 최초 춘향사당을 일본 신사 스타일로 개조하면서 일장기 문양으로 바꿔 버렸고 현재 사당은 그 잔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 친일 영정 철거와 그 이후
2020년 시민들의 항의에 의해 현재 사당인 가부키 춘향사당에서 친일화가 김은호 가부키 춘향 그림이 철거된다.
3년 동안 비어있던 가부키 춘향사당에 봉안된 영정은 당황스럽게도 최초 춘향영정이 아니라 남원시의 위탁을 받아 남원문화원 주관 아래 금릉 김현철 화가가 그린 새 영정이었다.
친일파와 독재 정권에 의해 쫓겨난 최초 춘향영정은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2. 영정 봉안 과정의 비민주성
이환주 전 시장은 재임 당시 춘향영정 문제를 시민들과 함께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경식 시장은 이러한 약속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이 문제를 남원문화원에 위탁해 버렸다.
또한 남원문화원은 편파적으로 새 영정 제작의 대표적인 찬성론자 이태호 교수를 봉안추진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새 영정 제작을 강행했다.
시민들을 배제시킨 채 관제 춘향영정 제작을 강행하는 것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고 올곧은 정신을 지켜내기 위해 민초의 자발적인 헌신과 노력으로 탄생한 춘향영정의 역사에 역행하는 행태다.

3. 새 영정의 문제점
새 영정은 춘향의 덕성이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젊은 춘향의 곱고 순수한 자태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요, 목숨을 바쳐 지켜내고자 했던 곧은 지조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그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어사 부인이 된 춘향의 연륜이나 기품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화가는 17세의 젊고 아리따운 춘향을 표현하려고 했다 하나 전혀 의도를 실현시키지 못했다.
그림 속 춘향은 도저히 십대라고 보기 힘든 나이 든 여성이다.
춘향제 기간에 두 영정을 비교해 본 수많은 시민들이 새 영정보다 최초 춘향영정을 선호했던 점을 보면 새 영정이 시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4. 제안
춘향영정 관련 문제는 모든 과정을 시민들과 더불어 민주적으로 논의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춘향은 남원의 상징이요, 역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춘향영정 봉안 문제에 대해 객관적이고도 민주적인 공론 조사를 제안한다.
민주적으로 선정된 시민들에게 춘향영정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몇 차례의 토론 및 숙의를 거쳐 최초 춘향영정과 새 영정 중 어떤 영정이 봉안에 적합할 것인지 의견을 도출해 내면 될 것이다.
남원시와 시민사회 모두 공론조사의 결론을 존중해 춘향영정 봉안 문제를 풀어나가길 제안한다.
또한 춘향사당의 왜색 논란, 춘향제향의 변질 논란에 대해서는 학술적 검토를 요청한다.
춘향영정, 춘향사당, 춘향제향의 수난의 역사를 바로잡길 기원한다.
이는 곧 친일 청산과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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