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병무청장 김용학

올해 7월 전북지방병무청장으로 부임하면서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예향의 도시 전주에서 생활해 온 지 어느덧 4개월로 접어들었다.
주말에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한 시간여 남짓 되는 시간은 한 주를 정리해보는 시간이 되고 있다.   
지난 주말, 집으로 가는 고속버스에서 음악을 듣다가 흘려 나오는 공익광고가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광고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광고 내용에는 임신한 여직원에게 보내는 사무실 직원들의 축하 박수 소리, 설거지를 대신하겠다는 남편의 목소리, 지하철에서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친절한 시민의 소리가 담겨 있었다.
“엄마가 되는 기쁨, 모두의 배려에서 시작됩니다.”라는 멘트로 마무리된 이 광고의 훈훈함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얼마 전 필자는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과 소통의 자리를 갖고 업무처리 과정에서 평소 느꼈던 소회 등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날 한 직원으로부터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서를 받은 일부 예비군들이 바쁜 직장업무로 인해 훈련에 참석하기가 아주 힘들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요즘 경기불황 등으로 인해 생업에 몸담은 예비군들이 훈련에 참석하는 데 힘든 점이 있으리라 공감이 갔다.
하지만 이들이 국가안보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안다면,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북한의 위협이 항시 상존하는 안보환경이다.
더구나 올해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군사적 긴장감이 감도는 안보 상황에서 예비군의 역할은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
하지만 예비군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들은 취업을 준비하거나, 바쁜 직장업무로 인해 본의 아니게 의무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일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예비군에게만 병력동원훈련에 참석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라고 이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예비군 스스로 인식변화를 통해 자발적으로 훈련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국가와 사회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와 같이 예비군들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병무청에서는 이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병역법을 지난해 12월 개정하여 올해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개정된 병역법의 내용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고용주는 소속 공무원 또는 소속 임직원이 병력동원소집등에 응하여 그 의무를 이행하는 때에는 그 소집된 기간을 휴무로 처리하거나 그 소집을 이유로 불리하게 처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예비군의 권익이 보호되어 의무이행으로 인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전북병무청에서는 도내 중소기업청, 관내 기업체 등에도 본 개정내용을 안내하여 예비군의 권익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귀갓길 버스에 오르는 예비군에게 기꺼이 자리를 양보하는 시민의 모습을, 동원훈련에 참가하는 직장에 다니는 예비군들이 직장 관계자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 속에 당당히 입영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예비군들이 그들의 달콤한 젊은시절을 현역 복무 등을 이행하는 데 바쳤고 또 일정 기간을 병력동원훈련이라는 짐을 지워 또 하나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음을  우리 모두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에게 감사와 격려로 응원해 주는 우리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가 사회 저변에 확산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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